지올팍(Zior Park), EP [F2026]로 그려낸 ‘Dead Channel’
연결되어 있지만,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순간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시대다. 메시지를 보내고, 영상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신호는 분명 존재하는데 연결되지 않는다. 지올팍(Zior Park)의 새로운 EP [F2026]은 바로 그 감각에서 출발한다.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과 강렬한 비주얼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지올팍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차갑고 낯선 공간으로 리스너를 데려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이틀곡 ‘Dead Channel’이 있다.

‘Dead Channel’, 끊어진 신호가 의미하는 것
‘Dead Channel’이라는 제목은 직관적이다. 아무도 없는 채널. 더 이상 신호가 오가지 않는 공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는 상태. 곡은 이러한 ‘단절’을 단순히 관계의 소멸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연결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각과 감정마저 잃어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비춘다. 온라인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상대는 찾기 어렵다. 끊임없이 정보가 흘러들어오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사람은 어느 순간 ‘연결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과 연결되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된다. 지올팍이 ‘Dead Channel’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지올팍의 음악은 언제나 하나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올팍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각적 세계관이다. 이번 ‘Dead Channel’의 뮤직비디오 역시 단순히 곡을 설명하는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고립된 공간과 영화적인 미장센, 그리고 그 안에서 신호를 찾으려는 인물의 모습은 음악이 말하고 있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헤매지만 끝내 명확한 신호를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 그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 ‘Dead Channel’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온다. ‘혹시 나 역시 지금 어딘가에 접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F2026], 하나의 앨범이 아닌 하나의 세계
이번 EP에는 타이틀곡 ‘Dead Channel’을 비롯해 ‘Dumb (Feat. ALICE U)’, ‘ADHD Angel (Feat. Sofish)’, ‘Neuralyzer’까지 총 4개의 트랙이 수록됐다. 지올팍은 이전부터 자신의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해왔다. 각각의 곡을 따로 소비하기보다 앨범 전체를 하나의 긴 서사로 바라볼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계관이다. [F2026] 역시 마찬가지다. 각 트랙은 서로 다른 감정과 장면을 보여주지만, 결국 하나의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하나의 TV 쇼를 보는 것처럼 각각의 장면이 연결된다. 음악적으로도 지올팍의 기존 색채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특유의 개성적인 보컬과 얼터너티브 R&B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유로댄스와 테크노의 질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차갑고 기계적인 사운드 위에 지올팍 특유의 날것의 감정이 올라간다. 그래서 [F2026]의 음악은 묘한 모순을 만들어낸다.
불안은 때때로 가장 독특한 음악이 된다
지올팍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그의 불안과 내면적인 혼란을 빼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불안 자체가 아니다. 그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음악으로 바꾸느냐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불안은 숨기고 싶은 감정이다. 하지만 지올팍은 그것을 감추기보다 음악과 영상이라는 언어로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으로 확장된다. ‘Dead Channel’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소통의 단절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관계의 공허함일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감각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올팍이 자신의 불안을 예술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금 당신의 채널은 연결되어 있는가
[F2026]은 단순히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주는 EP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목소리는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지올팍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채널은 정말 연결되어 있는가. 혹시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다면, 잠시 모든 신호를 끄고 [F2026]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지올팍이 말하는 ‘Dead Channel’은 완전히 끊어진 채널이 아니라, 다시 연결되기 직전 잠시 멈춰 있는 채널일지도 모르니까.